테헤란로, 30년 만에 가장 큰 변화의 한복판에 서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익숙했던 스카이라인이 낯설게 느껴진다. 크레인이 하늘을 수놓고, 가림막 뒤에서는 유리 커튼월이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강남권에만 연면적 10만㎡를 넘는 프리미엄 오피스 빌딩 5개 동이 동시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는 1990년대 테헤란밸리 붐 이후 가장 대규모의 오피스 공급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단순한 건설 경기로 보지 않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아시아 거점 확보 경쟁, ESG 경영에 따른 친환경 빌딩 수요 급증, 그리고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오피스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강남 오피스 시장이 단순히 '비싼 임대료'를 넘어 '프리미엄 업무 환경'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2026년 준공 예정 빌딩 5선
1. 테헤란로 센트럴타워 (가칭)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52 (역삼동 820-1) | 지하철: 강남역 1번 출구 도보 3분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로 강남역 일대 최고층 오피스로 등극할 이 빌딩은 연면적 78,500㎡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으며, LEED 플래티넘 등급을 목표로 태양광 패널과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갖췄다. 1층부터 3층까지는 프리미엄 리테일 존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입점이 확정됐다. 예상 임대료는 3.3㎡당 월 180만~220만원 선으로, 강남 최고가를 경신할 전망이다.
- 준공 예정일: 2026년 3월
- 총 임대면적: 52,000㎡
- 층별 전용면적: 1,650㎡ (약 500평)
- 주차: 총 650대 (지하 주차장), 30분당 3,000원
- 임대 문의: 02-555-XXXX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2. 삼성역 GFC 타워
위치: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삼성동 159) | 지하철: 삼성역 6번 출구 직결
현대건설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이 빌딩은 코엑스 맞은편에 들어서며, 삼성역과 지하 통로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지하 6층, 지상 29층 규모로 연면적 62,300㎡다. 특히 15층 이상 고층부는 '스카이 오피스' 콘셉트로,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뷰를 자랑한다. 이미 글로벌 컨설팅펌 2곳이 각각 3개 층씩 선임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준공 예정일: 2026년 5월
- 특화 시설: 옥상 헬리패드, 24시간 피트니스센터, 임원 전용 라운지
- 예상 임대료: 3.3㎡당 월 165만~195만원
- 임대 문의: 02-6000-XXXX (JLL 코리아)
3. 선릉역 프라임허브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28 (대치동 998-5) | 지하철: 선릉역 5번 출구 도보 2분
중소형 빌딩이 밀집한 선릉역 일대에서 이례적으로 등장하는 대형 프라임 오피스다. 기존 노후 빌딩 3개 동을 통합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IT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타깃으로 한 유연한 공간 설계가 특징이다. 50평부터 300평까지 다양한 면적 분할이 가능하며, 공용 회의실 12개와 400석 규모의 컨퍼런스홀을 갖췄다.
- 준공 예정일: 2026년 4월
- 연면적: 45,200㎡
- 예상 임대료: 3.3㎡당 월 135만~160만원
- 주차: 380대, 월정액 25만원
4. 논현동 랜드마크타워
위치: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426 (논현동 245-8) | 지하철: 학동역 10번 출구 도보 5분
강남대로와 학동로가 만나는 사거리 코너에 들어서는 이 빌딩은 1~5층 전체를 메디컬 특화 공간으로 조성한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메디컬 클리닉의 수요가 폭발적인 강남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다. 6층 이상은 일반 오피스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 준공 예정일: 2026년 6월
- 메디컬 존: 1~5층 (총 8,500㎡)
- 오피스 존: 6~22층
- 예상 임대료: 메디컬 층 3.3㎡당 월 200만원 이상
5. 청담동 럭셔리스퀘어
위치: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61 (청담동 89-2) |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 3번 출구 도보 7분
명품 거리 한복판에 들어서는 이 빌딩은 오피스와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개념의 복합 공간이다. 저층부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본사와 쇼룸이, 고층부에는 패션·뷰티 기업 본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외관은 세계적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IG)가 설계해 그 자체로 청담동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 준공 예정일: 2026년 7월
- 설계: BIG (Bjarke Ingels Group)
- 예상 임대료: 비공개 (개별 협의)
강남 오피스 시장, 숫자로 보는 새로운 지형도
한국부동산원과 주요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2026년 강남권 신규 오피스 공급량은 약 28만㎡에 달한다. 이는 2025년(12만㎡)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CBRE 코리아의 2025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권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2.3%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연면적 3만㎡ 이상 대형 빌딩의 공실률은 1% 미만으로, 사실상 '완판'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빌딩들은 준공 6개월 전부터 이미 70% 이상 선임대가 완료되는 추세다.
업계 전문가 코멘트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본부를 싱가포르나 홍콩 대신 서울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K-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게임, IT 기업들의 프리미엄 오피스 수요가 폭발적입니다. 강남은 이제 단순한 '비즈니스 중심지'를 넘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김현수, JLL 코리아 리서치 본부장
입주 기업이 알아야 할 핵심 체크리스트
신축 빌딩 입주를 고려하는 기업 담당자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15년간 강남 상업용 부동산을 취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인만 아는 핵심 팁을 정리했다.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할 사항
- 실제 전용률 확인: 분양 면적과 실사용 면적의 차이가 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용률 55~60%가 표준이지만, 신축 빌딩은 52~55%인 경우도 많다.
- 관리비 세부 내역: 강남 프라임 오피스 관리비는 3.3㎡당 3만~4만원 선. 여기에 냉난방비가 별도인지, 주차비 포함 여부를 꼭 확인하라.
- 인테리어 공사 조건: 신축 빌딩은 대부분 '바닐라 셸(Vanilla Shell)' 상태로 인도된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평당 150만~300만원을 추가로 예상해야 한다.
- 임대료 인상 조건: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계약서에 명시하라. 통상 3~5% 선에서 협의 가능하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법
- 복수 빌딩 동시 협상: 2026년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만큼, 여러 빌딩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
- 장기 계약 프리미엄: 5년 이상 장기 계약 시 6개월~1년 렌트프리(무상 임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입주 시기 전략: 준공 직후 1~3개월은 빌딩 측이 공실을 채우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시기다. 이때 협상력이 극대화된다.
2026년 이후, 강남 오피스의 미래
신축 빌딩 러시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확대를 넘어 강남 비즈니스 생태계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다. 새로 들어서는 빌딩들은 공통적으로 ESG 인증, 스마트 빌딩 시스템, 유연근무 지원 시설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과거 '높이'와 '면적'으로 경쟁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경험'과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GTX-A 노선의 2024년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서역에서 동탄까지 20분, 삼성역에서 파주 운정까지 40분대로 연결되면서, 수도권 광역 비즈니스 거점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 향후 GTX-C 노선(2028년 예정)까지 개통되면 강남은 명실상부한 수도권 교통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소형 빌딩과 구축 오피스의 공실 증가, 임대료 양극화 심화, 그리고 과도한 공급에 따른 시장 조정 가능성이 그것이다. 부동산114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하반기 이후 강남권 공실률이 5%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이더 팁 3가지
1. 신축 빌딩 입주를 고려한다면 2026년 2~3월이 최적의 협상 시기다. 복수의 빌딩이 동시 준공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2. 테헤란로보다 논현·학동 라인이 상대적으로 임대료 대비 가성비가 높다. 지하철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평당 20~30만원 저렴하다.
3. 소규모 기업이라면 공유 오피스 병행 전략을 고려하라.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이 신축 빌딩에 대규모로 입점하면서 유연한 확장이 가능해졌다.
강남의 스카이라인은 2026년을 기점으로 또 한 번 새로워진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기업만이 최적의 업무 환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피스는 단순한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