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가 떠난 자리, 강남 코워킹의 새 지형도
2024년 위워크의 파산 신청은 강남 테헤란로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한때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던 위워크 강남역점, 삼성역점이 문을 닫자 수천 명의 프리랜서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새 둥지를 찾아 나섰다. 그로부터 2년, 강남의 코워킹 스페이스 시장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 토종 브랜드들이 빈자리를 채웠고, 니치 마켓을 공략하는 부티크형 공유오피스가 속속 등장했다.
15년간 강남 상권을 취재해온 기자의 눈에 비친 2026년 강남 코워킹 시장은 '양극화'와 '전문화'로 요약된다. 월 15만원대 핫데스크부터 월 500만원짜리 프라이빗 스위트까지, 선택의 폭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은 여전하다. 화려한 마케팅 뒤에 숨겨진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지난 3개월간 강남 일대 27개 코워킹 스페이스를 직접 방문했다.
프리랜서를 위한 가성비 최강 선택지
패스트파이브 강남3호점
패스트파이브는 위워크의 철수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승자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강남3호점은 지상 8층 규모로, 국내 코워킹 브랜드 중 가장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핫데스크 월 19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강남 한복판치고는 파격적이다.
이곳의 진짜 가치는 '커뮤니티'에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열리는 '파이브톡'은 입주사 간 네트워킹 세션으로, 실제 협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한다. 24시간 운영되는 무료 커피와 스낵바, 그리고 월 1회 무료 세무 상담까지. 프리랜서 1년차라면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52 강남파이낸스센터 6-8층
- 가격: 핫데스크 월 199,000원 / 지정석 월 350,000원 / 1인 오피스 월 650,000원
- 운영시간: 24시간 연중무휴 (관리자 상주 평일 09:00-18:00)
- 연락처: 02-6205-1500
- 주차: 건물 내 주차장 이용 가능, 시간당 4,000원
스파크플러스 삼성
삼성역 6번 출구 바로 앞, 아셈타워 지하와 연결된 입지는 스파크플러스의 가장 큰 무기다. 비 오는 날에도 지하철에서 한 발자국도 젖지 않고 출근할 수 있다는 건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장점이다. 인테리어는 패스트파이브보다 한 톤 차분하다. IT 스타트업과 1인 법인 대표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파크 멤버십' 제도다. 월 29만원의 멤버십 가입 시 전국 15개 스파크플러스 지점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판교나 여의도 미팅이 잦은 프리랜서라면 이 옵션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코엑스 동문 3층
- 가격: 라운지 멤버십 월 290,000원 / 지정석 월 450,000원 / 프라이빗 오피스 월 900,000원~
- 운영시간: 평일 08:00-22:00, 주말 10:00-18:00
- 연락처: 02-556-7890
- 주차: 코엑스 주차장 이용, 2시간 무료 후 10분당 1,000원
크리에이터와 예술가를 위한 특화 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 아지트
성수에서 시작해 강남까지 진출한 언더스탠드에비뉴는 '감성'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코워킹 스페이스다. 신논현역 5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골목 안쪽에 숨어 있어 처음 찾는 사람은 헤맬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공간이 있다.
붉은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 빈티지 가구로 채워진 이곳은 유튜버, 포토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아지트가 됐다. 자연광이 쏟아지는 대형 창가 좌석은 인스타그램 업로드율이 가장 높은 '인증샷 명당'이다. 특히 지하 1층 스튜디오는 시간당 3만원에 대여 가능한데, 조명 장비와 배경지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02길 15 지하1층-2층
- 가격: 코워킹 회원 월 250,000원 / 스튜디오 시간당 30,000원
- 운영시간: 평일 09:00-21:00, 토요일 10:00-18:00, 일요일 휴무
- 연락처: 070-4128-5500
- 주차: 건물 내 2대 가능 (예약제)
디캠프 강남
스타트업 지원 전문기관 디캠프가 운영하는 이곳은 엄밀히 말해 '코워킹 스페이스'보다는 '창업 지원 허브'에 가깝다. 하지만 예비 창업자나 초기 스타트업 대표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곳이다. 입주 심사를 통과하면 월 이용료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 점심은 없다. 매월 성장 보고서 제출, 분기별 멘토링 참여 등 의무 사항이 따른다. 하지만 엔젤 투자자, 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이 공간의 네트워크 가치를 감안하면, 이 정도 수고는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여기가 첫 번째 선택지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551 디캠프빌딩
- 가격: 입주사 무료 (심사 필요) / 일반 이용 불가
- 운영시간: 평일 09:00-22:00
- 연락처: 02-2156-2500
- 지원프로그램: 법률·세무·마케팅 무료 상담, 투자 연계
프라이버시와 품격을 원한다면
센터포인트 청담
테헤란로의 북적임과는 다른 세계가 청담동에 있다. 센터포인트 청담은 월 최소 200만원부터 시작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드 오피스다. '코워킹'이라 부르기엔 너무 고급스럽고, '임대 오피스'라 하기엔 서비스가 넘친다. 전담 비서 서비스, 프라이빗 미팅룸 무제한 이용, 고급 다과 서비스까지.
입주사 명단은 철저히 비공개지만, 건물 로비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을 보면 짐작이 간다. 연예 기획사 대표, 자산운용사 파트너, 해외 바이어와 미팅이 잦은 무역업자들. 첫 미팅에서 클라이언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비즈니스라면, 이 공간의 월세는 마케팅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7 센터포인트빌딩 3-7층
- 가격: 1인 오피스 월 2,000,000원~ / 팀 오피스 월 5,000,000원~
- 운영시간: 24시간 (리셉션 평일 08:00-19:00)
- 연락처: 02-545-8800
- 주차: 입주사 전용 지정 주차 1대 무료
강남 코워킹, 선택 전 반드시 확인할 것들
수십 곳을 방문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홈페이지 사진과 실제 공간의 괴리는 생각보다 크다. 반드시 직접 방문해 다음 세 가지를 체크해야 한다.
첫째, '피크타임' 방문이 필수다. 화요일에서 목요일,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가라.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자리가 있는지, 소음 수준은 어떤지 직접 경험해야 한다.
둘째, 계약 조건의 함정을 살펴라. '월 19만원'이라는 광고 뒤에는 부가세 별도, 보증금 3개월, 최소 계약기간 6개월 같은 조건이 숨어 있다. 총 비용을 반드시 계산하라.
셋째, 퇴실 절차를 미리 확인하라. 사업이 잘 되어 나갈 수도 있고, 반대로 접어야 할 수도 있다. 해지 통보 기간, 보증금 환급 조건은 계약 전에 명확히 해둬야 한다.
현지인만 아는 코워킹 꿀팁 5가지
- 무료 체험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라: 대부분의 코워킹 스페이스가 1일~1주 무료 체험을 제공한다. 최종 결정 전 최소 3곳 이상을 체험해보는 것이 좋다.
- 우편물 수령 서비스를 확인하라: 사업자등록증 주소지로 사용 가능한지, 우편물 보관 기간은 얼마인지 체크. 프리랜서에게 이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 전화 부스 예약 시스템을 점검하라: 화상회의나 통화가 잦다면 전화 부스 개수와 예약 방식이 핵심이다. 부스가 항상 차 있어서 복도에서 전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 네트워킹 이벤트 빈도와 질을 파악하라: 단순히 맥주 한 잔 나누는 행사인지, 실질적 비즈니스 연결이 이뤄지는 자리인지 기존 입주자에게 물어보라.
- 주변 식당가 수준을 확인하라: 하루 8시간 이상 머무는 공간이다. 주변에 괜찮은 점심 옵션이 있는지, 편의점까지 몇 분 거리인지도 삶의 질에 직결된다.
강남 코워킹 스페이스 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가격 경쟁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각자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공간'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월 15만원대 핫데스크부터 월 500만원짜리 프라이빗 스위트까지, 당신의 비즈니스 단계와 업무 스타일에 맞는 공간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그 공간을 찾기 위해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홈페이지의 화려한 사진이 아니라, 오후 3시의 북적이는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