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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디저트 성지순례: 파티시에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7곳의 비밀 아지트

시스템 관리자 2026-01-17 8 원문
요약: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때 패션의 거리였던 이곳이 이제 디저트 격전지로 변모했다. 15년간 강남을 취재한 기자가 직접 발품 팔아 찾은 진짜 맛집들의 이야기.

가로수길, 왜 지금 디저트인가

2010년대 초반, 가로수길은 패션 브랜드들의 격전지였다. SPA 브랜드부터 하이엔드 편집숍까지, 이 650미터 남짓한 거리에 들어서려는 경쟁은 치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매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다름 아닌 디저트 카페들이었다.

2026년 현재, 가로수길에는 약 40여 개의 디저트 전문점이 밀집해 있다. 단순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출신 파티시에, 일본 도쿄 명문 제과학교 수료생, 뉴욕 미슐랭 레스토랑 경력자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공간을 이곳에 열었다. 그 결과, 가로수길은 서울에서 가장 다양하고 수준 높은 디저트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디저트 테마파크'로 탈바꿈했다.

세로수길의 숨은 보석: 뒷골목에서 찾은 진짜

가로수길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메인 도로만 걷다 돌아간다. 그러나 진짜 맛집은 '세로수길'이라 불리는 샛골목에 숨어 있다. 메인 거리의 화려함 대신 조용한 분위기에서 디저트에만 집중하는 장인들의 공간이다.

1. 메종 드 라 파티스리 (Maison de la Pâtisserie)

가로수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골목 안쪽에 자리한 이 작은 공방은 한국에서 가장 정통 프랑스식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오너 셰프 김현우 파티시에는 파리 피에르 에르메에서 3년간 수련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의 밀푀유는 1,024겹의 페이스트리 층이 만들어내는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일품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25-4, 2층
  • 대표 메뉴: 밀푀유 바닐 15,000원, 타르트 시트롱 12,000원, 파리브레스트 14,000원
  • 영업시간: 화~일 11:00-20:00 (월요일 정기휴무, 디저트 소진 시 조기 마감)
  • 예약: 네이버 예약 또는 02-544-8821 (당일 예약 불가)
  •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10분당 500원)

인사이더 팁: 오후 2시 전에 방문해야 밀푀유를 맛볼 수 있다. 하루 20개 한정 생산이며, 주말에는 오픈런 필수다. 2층 창가 자리에서 골목을 내려다보며 먹는 경험이 이곳의 진가다.

2. 온도 (ONDO)

일본식 양갱과 한국 전통 떡의 경계를 허문 곳이다. '온도'라는 이름처럼 디저트마다 먹기 가장 좋은 온도가 다르다는 철학을 담았다. 흑임자 양갱은 냉장고에서 꺼낸 직후가 아닌, 실온에서 15분 후에 먹어야 고소함이 극대화된다. 사장 이수민 씨는 교토의 노포 화과자점에서 5년간 기술을 익혔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2길 31, 1층
  • 대표 메뉴: 흑임자 양갱 8,000원, 말차 카스테라 12,000원, 계절 과일 다이후쿠 7,000원
  • 영업시간: 수~월 12:00-19:00 (화요일 휴무)
  • 예약: 현장 대기 (평균 20분), 인스타그램 @ondo_seoul DM 문의
  • 주차: 불가, 대중교통 이용 권장
현지인 팁: "화과자 도시락 세트(25,000원)는 하루 10세트 한정입니다.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아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 이수민 대표

빵지순례자들의 성지: 가로수길 베이커리 삼총사

디저트의 범주를 넓혀 베이커리까지 포함한다면, 가로수길은 더욱 풍성해진다. 이곳의 베이커리들은 단순히 빵을 굽는 곳이 아니다. 발효의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실험실이자, 밀가루 하나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갤러리다.

3. 르방 드 미쉘 (Le Pain de Michel)

천연 발효종만을 고집하는 이 베이커리는 가로수길에서 가장 이른 새벽에 불이 켜지는 곳이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발효 과정은 무려 7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오너 미쉘 박(본명 박성준)은 프랑스 국가공인 제빵사 자격증을 보유한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하나다.

  •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5길 18
  • 대표 메뉴: 캄파뉴 통밀빵 9,000원, 크루아상 4,500원, 바게트 트라디시옹 6,000원
  • 영업시간: 매일 07:30-21:00 (빵 소진 시 조기 마감)
  • 예약: 02-512-3347 (예약 픽업 가능)
  • 주차: 매장 앞 1대 가능, 30분 무료

4. 카페 온기 (Café Ongi)

쌀을 주재료로 한 글루텐프리 베이커리의 선구자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대표가 직접 개발한 쌀 크루아상은 밀가루 버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결을 자랑한다. 건강을 생각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주말 평균 대기 시간이 40분에 달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37
  • 대표 메뉴: 쌀 크루아상 5,500원, 현미 식빵 8,000원, 쌀 마들렌 세트 12,000원
  • 영업시간: 목~화 10:00-19:00 (수요일 휴무)
  • 예약: 카카오톡 채널 '카페온기' (당일 예약 가능)
  • 주차: 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5. 밀도 (MILDO)

식빵 전문점의 원조 격인 이곳은 2018년 오픈 이래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생크림 식빵 하나로 시작해 이제는 계절 한정 식빵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매장 앞에 줄 서는 것이 당연시되는 몇 안 되는 빵집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3길 10
  • 대표 메뉴: 생크림 식빵 7,000원, 팥 생크림 식빵 9,000원, 계절 한정 식빵 10,000원
  •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 예약: 불가, 현장 구매만 가능
  • 주차: 불가
꿀팁: 평일 오후 3시 2차 베이킹 직후가 황금시간대다. 갓 구운 따끈한 식빵을 바로 맛볼 수 있다.

마카롱의 재해석: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6. 아틀리에 마멜 (Atelier Mamel)

한국적 재료로 프렌치 마카롱을 재해석한 곳이다. 된장 마카롱, 들기름 마카롱처럼 파격적인 조합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처음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의외의 조화에 놀라게 된다. 프랑스 유학파 파티시에가 한국 재료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연구소 같은 공간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159길 8
  • 대표 메뉴: 된장 마카롱 4,000원, 들기름 마카롱 4,000원, 6종 세트 22,000원
  • 영업시간: 금~수 12:00-20:00 (목요일 휴무)
  • 예약: 네이버 예약 권장
  •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

7. 슈크레 (Sucré)

마카롱의 정석을 보여주는 곳이다. 화려한 실험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 마카롱을 추구한다. 바닐라, 피스타치오, 프랑부아즈 등 전통적인 맛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질감, 달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깊은 맛의 균형이 이곳의 강점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15
  • 대표 메뉴: 바닐라 마카롱 3,500원, 피스타치오 마카롱 4,000원, 12종 세트 42,000원
  •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 예약: 02-541-9080 (대량 주문 시 3일 전 예약)
  • 주차: 매장 제휴 주차장 2시간 무료

가로수길 디저트 투어, 이렇게 즐겨라

7곳을 모두 방문하기엔 하루가 부족하다. 효율적인 동선과 전략이 필요하다. 15년간 이 거리를 취재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 오전 코스 (10:00-13:00): 밀도 → 르방 드 미쉘 → 메종 드 라 파티스리. 빵과 디저트를 브런치 삼아 시작하는 코스다.
  • 오후 코스 (14:00-18:00): 온도 → 아틀리에 마멜 → 슈크레. 화과자와 마카롱 중심의 가벼운 디저트 투어다.
  • 저녁 코스 (18:00-21:00): 카페 온기 → 슈크레. 건강한 디저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반드시 알아야 할 인사이더 팁 3가지

  • 첫째, 평일을 노려라. 주말 가로수길의 인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같은 디저트도 평일 한적한 분위기에서 먹으면 두 배는 맛있다.
  • 둘째, 현금을 준비하라. 일부 소규모 공방은 카드 결제가 안 되거나 수수료를 부과한다. 5만 원 정도의 현금은 필수다.
  • 셋째, 포장 가능 여부를 확인하라. 밀푀유처럼 섬세한 디저트는 포장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선물용이라면 미리 문의하자.

결론: 디저트는 문화다

가로수길의 디저트는 단순한 군것질이 아니다. 한 조각의 케이크 뒤에는 파티시에의 철학과 수년간의 노력, 그리고 최상의 재료를 찾아 헤맨 여정이 담겨 있다. 12,000원짜리 타르트가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한 조각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발효를 확인하고, 0.1도의 온도 차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인의 하루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로수길은 여전히 변화 중이다. 매년 새로운 디저트 카페가 문을 열고, 또 어떤 곳은 조용히 사라진다. 그러나 살아남는 곳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진정성이다.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만의 맛을 고집하는 곳,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곳. 그런 가게들이 가로수길의 디저트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다음 주말, 가로수길을 걸을 계획이라면 쇼핑백 대신 빈 위장을 준비하라. 그리고 천천히, 한 입 한 입 음미하며 걸어보라. 당신의 미각이 한 단계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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