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반경 1km, 치과 300곳이 벌이는 '임플란트 가격 전쟁'
강남역 11번 출구를 나서면 마주하는 풍경이 있다. 빌딩 외벽을 뒤덮은 치과 간판들, 그리고 '임플란트 99만원', '당일 식립 가능'이라 적힌 현수막들. 2026년 현재, 강남구에만 등록된 치과의원은 847개. 그중 임플란트 시술을 전문으로 내세우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 서울시 치과의사회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치과 밀집도는 전국 평균의 4.2배에 달한다.
이 과열된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같은 '임플란트'인데 왜 어떤 곳은 200만원대, 다른 곳은 800만원대인가. 저렴하면 불안하고, 비싸면 바가지 쓰는 것 같다. 15년간 강남 의료 시장을 취재해온 기자가 임플란트 가격의 구조를 해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격의 비밀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임플란트 가격을 결정짓는 5가지 핵심 요소
1. 픽스처(Fixture) 브랜드의 위계
임플란트의 핵심은 잇몸뼈에 심는 나사 모양의 '픽스처'다. 전 세계 임플란트 시장을 양분하는 것은 스위스 스트라우만(Straumann)과 스웨덴 노벨바이오케어(Nobel Biocare). 이 두 브랜드는 '임플란트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며, 강남 주요 치과에서 개당 400만~600만원대에 시술된다. 반면 국산 브랜드 오스템(Osstem), 덴티움(Dentium), 네오(Neo)는 150만~300만원대로 절반 이하다.
핵심은 이것이다. 브랜드 간 '성공률' 차이는 1~2%에 불과하다. 대한치과임플란트학회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생존율은 스트라우만 97.8%, 오스템 96.2%다. 그러나 고가 브랜드는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까다로운 품질 관리 시스템, 그리고 문제 발생 시 글로벌 보증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2. 의료진 경력과 수술 난이도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출신 A 원장(개원 18년차)의 말이다. "같은 임플란트를 심어도 의사 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뼈가 충분하고 건강한 환자는 수련의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골이식이 필요하거나, 상악동(부비강) 근처에 식립해야 하는 복잡한 케이스는 10년 경력자도 긴장하죠." 단순 식립은 150만~200만원대, 골이식 동반 시술은 250만~400만원대, 상악동 거상술이 필요한 경우 400만~600만원대로 가격이 뛴다.
3. 크라운(보철물)의 재질
픽스처 위에 씌우는 '이' 부분도 가격 변수다. 가장 저렴한 PFM(금속+세라믹 혼합)은 30만~50만원대, 심미성이 뛰어난 지르코니아는 50만~80만원대, 최고급 풀지르코니아 다층 블록은 100만원을 넘긴다. 앞니처럼 눈에 띄는 부위는 비싼 재질을, 어금니는 실용적인 선택을 권하는 치과가 대부분이다.
4. 진단 장비와 시설 투자
CT 촬영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천차만별이다. 3D CT 장비 한 대 가격이 1억~3억원. 최신 네비게이션 임플란트 시스템을 갖춘 곳은 5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 비용은 당연히 시술가에 반영된다. 강남 대형 네트워크 치과 B의 경우 "저희는 장비 상각비만 연간 8천만원입니다. 100만원대 임플란트로는 운영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5. 사후 관리와 보증 기간
3년 무상 보증과 10년 무상 보증의 차이는 단순히 '기간'이 아니다. 장기 보증을 제공하려면 환자 관리 시스템, 정기 검진 프로그램, 비용 적립금이 필요하다. 저가 임플란트 치과 중 상당수가 3~5년 사이에 폐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증을 이행할 체력이 없는 것이다.
강남 임플란트 가격대별 실제 현황 (2026년 1월 기준)
저가대 (150만~250만원): '볼륨 경쟁'의 최전선
강남역, 신논현역 일대 '저가 임플란트' 치과들의 운영 방식은 명확하다. 국산 픽스처(오스템, 덴티움)를 사용하고, 수술 시간을 최소화하며, 하루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본다. 일부 대형 치과는 일일 임플란트 시술 건수가 30건을 넘는다. 가격은 본당 150만~200만원대. 단, 이 가격에는 함정이 있다.
광고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 CT 촬영비 5만~10만원, 마취비 3만~5만원, 골이식 추가 시 50만~150만원, 고급 크라운 선택 시 30만~50만원 추가. '99만원 임플란트'를 보고 방문했다가 최종 견적서에 280만원이 찍히는 경험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 대표 치과: ㅇㅇ플란트치과(강남역점), ㅇㅇ바른치과(신논현점)
- 평균 가격: 180만~220만원 (국산 픽스처 + 지르코니아 크라운 기준)
- 특징: 당일 상담·당일 식립 가능, 무이자 할부 36개월
- 주의점: 초기 상담가와 최종가 차이 확인 필수
중가대 (300만~450만원): '균형점'을 찾는 선택
강남 토박이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다"고 회자되는 가격대다. 국산 프리미엄 픽스처(오스템 TS3, 덴티움 수퍼라인)나 미국 브랜드 짐머(Zimmer Biomet)를 사용한다. 수술 전 정밀 CT 분석, 수술 가이드 제작, 5년 이상 보증이 기본으로 포함된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개원 12년차를 맞은 C치과 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300만원대 가격이면 픽스처, 어버트먼트, 크라운, 수술비, 보증까지 정직하게 다 넣을 수 있어요. 저희는 추가 비용을 절대 안 받습니다. 단, 골이식이 필요하면 그건 별도로 말씀드리고요. 숨기는 비용이 없다는 게 이 가격대의 미덕이죠."
- 대표 치과: ㅇㅇ서울치과(역삼역), ㅇㅇ연치과(논현동)
- 평균 가격: 320만~400만원 (프리미엄 국산/미국산 + 올세라믹)
- 특징: 원장 직접 시술, 네비게이션 가이드 수술, 5년 무상 보증
- 장점: 가격 투명성, 중견 의료진의 안정적 실력
고가대 (500만~800만원): '프리미엄'의 실체
청담동, 압구정동에 포진한 프리미엄 치과들의 영역이다. 스트라우만, 노벨바이오케어 같은 최고급 픽스처, 20년 이상 경력의 전문의(구강악안면외과, 치주과 보드 전문의), 그리고 호텔급 시설을 내세운다. 환자 한 명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저가 치과의 3~4배. 당일 수술이 아니라 수 차례 상담과 계획 수립을 거친다.
압구정 D치과의 원장(연세대 치주과 전문의, 임상 23년)은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산 임플란트도 훌륭합니다. 다만 저희 환자분들은 '최선'을 원하세요. 1%의 실패 가능성도 줄이고 싶고, 10년, 20년 후에도 책임질 수 있는 곳을 찾는 거죠. 그 신뢰에 가격을 매기는 겁니다."
- 대표 치과: ㅇㅇ베스트덴티스트(청담동), ㅇㅇ와이드치과(압구정로)
- 평균 가격: 550만~750만원 (스트라우만/노벨 + 풀지르코니아 CAD/CAM)
- 특징: 전문의 직접 시술, 10년 무상 보증, VIP 전담 매니저
- 대상: 복잡한 시술 케이스, 최고급 품질 추구 환자
임플란트와 함께 고려해야 할 치아 치료들
치아교정: 임플란트 전후 교합 설계
임플란트를 식립하기 전, 교정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주변 치아가 빈 공간으로 쏠려 있거나, 교합(물리는 방식)이 불안정하면 임플란트 수명이 단축된다. 강남 유명 교정치과 E의 원장은 "임플란트 먼저 하고 오시는 분들 중 20%는 '교정을 먼저 했으면 임플란트 위치가 더 좋았을 텐데'라는 케이스"라고 귀띔했다. 강남 치아교정 비용은 메탈 브라켓 250만~350만원, 세라믹 350만~450만원, 인비절라인(투명교정) 500만~800만원 선이다.
라미네이트: 앞니 임플란트의 대안
앞니 임플란트는 심미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시술이다. 잇몸 라인, 치아 색상, 자연스러운 곡선까지 완벽해야 한다. 때문에 앞니가 손상되었지만 뿌리는 살아있는 경우, 전문의들은 라미네이트를 권하기도 한다. 치아 표면을 0.3~0.5mm 삭제하고 세라믹 박막을 씌우는 시술로, 강남 기준 본당 80만~150만원대. 임플란트(400만~600만원)보다 경제적이면서 자연치를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다.
치아미백: 임플란트 식립 전 필수 단계
임플란트 크라운의 색상은 한 번 정하면 바꿀 수 없다. 때문에 많은 치과에서 임플란트 최종 보철 전에 미백 시술을 권한다. 자연치 색상을 먼저 밝게 만들고, 그에 맞춰 크라운 색상을 결정하는 것이다. 강남 전문 치과 기준 전문가 미백(오피스 화이트닝) 30만~50만원, 자가 미백(홈 화이트닝) 키트 15만~25만원선이다.
현명한 소비자를 위한 임플란트 선택 체크리스트
강남 현지인이 알려주는 7가지 필수 확인 사항
- 견적서 투명성: 픽스처, 어버트먼트, 크라운, 수술비, 마취비, CT 비용이 각각 얼마인지 항목별로 받으세요
- 픽스처 정품 확인: 수술 후 픽스처 보증서(시리얼 번호 포함)를 반드시 요청하세요. 정품 여부 확인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 의료진 경력 검증: 대한치과의사협회 홈페이지에서 면허번호와 전문의 자격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 보증 조건 문서화: '10년 보증'이 무엇을 포함하는지 서면으로 받으세요. 재시술 시 어디까지 무상인지가 핵심입니다
- 사후 관리 프로그램: 정기 검진 일정, 비용, 관리 내용을 상담 시 확인하세요. 6개월마다 무료 검진이 표준입니다
- 해당 치과 개원 연차: 최소 5년 이상 운영된 곳을 권합니다. 보증 이행 능력과 직결됩니다
- 상담과 수술 의사 동일 여부: 상담은 원장, 수술은 봉직의(직원 의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시술하는지 명확히 물으세요
강남 임플란트, 결국 가격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
15년간 강남 의료 현장을 취재하며 확인한 사실이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100% 맞지는 않다. 200만원대 임플란트로 10년 넘게 문제없이 쓰는 환자도 많다. 반대로 600만원짜리가 3년 만에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치료'를 찾는 과정이다.
단순 식립인지, 골이식이 필요한지, 전신 건강 상태는 어떤지, 흡연 여부, 구강 위생 관리 능력까지—이 모든 변수를 고려해 정직하게 상담해주는 치과를 만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치과를 찾았다면, 가격은 그 다음 문제다.
강남역 11번 출구의 현수막들이 외치는 숫자에 현혹되지 말자. 임플란트는 한 번 심으면 평생 함께할 '제2의 치아'다. 충분히 비교하고, 질문하고, 확인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당신의 선택이 10년 후에도 웃을 수 있는 결정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