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왜 지금 다시 주목받는가
2010년대 초반 '힙스터의 성지'로 불리던 가로수길은 한때 프랜차이즈 침공으로 정체성을 잃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 브랜드들이 하나둘 철수하고, 그 빈자리를 신진 디자이너들의 편집숍과 빈티지 셀렉트샵이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K패션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으면서, 가로수길은 다시 한번 서울 패션의 실험장으로 부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가로수길 일대 편집숍 창업 건수는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신진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편집숍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리테일 방식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가로수길로 이끌고 있다.
에디터가 엄선한 가로수길 편집숍 7곳
1. 아뜰리에 서울 (Atelier Seoul)
신사동 가로수길 45, 2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15팀의 작품을 큐레이션하는 프리미엄 편집숍이다. 2024년 봄 오픈 이후 패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로수길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갤러리처럼 구성되어 있어, 옷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곳의 강점은 디자이너와의 직접 소통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입점 디자이너가 직접 매장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디자이너 데이'를 운영한다. 단순히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철학과 제작 과정을 듣고 나만의 스타일링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가격대는 10만원대 액세서리부터 200만원대 코트까지 다양하다.
- 영업시간: 화~일 12:00-21:00 (월요일 휴무)
- 전화: 02-543-XXXX
- 인스타그램: @atelier_seoul
2. 빈티지 하우스 1987 (Vintage House 1987)
가로수길 이면도로인 신사동 535-12, 1층에 숨어 있는 이 빈티지숍은 '아는 사람만 아는' 보물창고다. 1980~9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직접 공수한 빈티지 의류와 액세서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점주인 박재현 씨(45)는 20년 넘게 빈티지 의류를 수집해온 컬렉터 출신으로, 각 아이템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이곳의 리바이스 501 컬렉션은 국내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적이다. 1970년대 미국산 오리지널 501부터 1990년대 일본산 리프로덕션까지, 상태 좋은 빈티지 데님을 8만원~35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새로운 물건이 입고되므로 이날 방문하면 좋은 아이템을 선점할 수 있다.
- 영업시간: 수~월 13:00-20:00 (화요일 휴무)
- 가격대: 3만원~50만원
-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10분당 600원)
3. 셀렉트 M (Select M)
신사동 가로수길 52, 1층에 위치한 셀렉트 M은 국내외 인디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멀티숍이다. 뉴욕, 도쿄, 서울을 오가며 컬렉션을 구성하는 바이어 민지영 대표의 안목이 돋보인다. 특히 일본 인디 브랜드의 국내 첫 소개가 많아,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션 피플들의 단골 방문지다.
이곳에서 주목할 만한 브랜드는 도쿄 기반의 '커런트'(Current)다. 미니멀한 실루엣과 고급 소재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한국에서 셀렉트 M이 유일한 오프라인 판매처다. 셔츠 15만~25만원, 팬츠 18만~30만원 수준으로,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영업시간: 매일 11:30-21:30
- 전화: 02-545-XXXX
- 네이버 예약: 개인 스타일링 상담 가능 (회당 3만원, 구매 시 차감)
4. 리퍼블릭 오브 스타일 (Republic of Style)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서 도보 3분 거리인 신사동 541-6, 지하 1층에 위치한 이 편집숍은 지속가능한 패션을 키워드로 내세운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친환경 소재 의류, 제로웨이스트 액세서리 등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만을 엄선해 소개한다. 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쇼핑'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곳의 베스트셀러는 버려진 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 브랜드 '플리츠마마'의 토트백(5만~8만원대)과, 폐페트병을 원사로 사용한 '플릿'의 니트(12만~18만원대)다. 모든 제품에는 원재료의 출처와 제작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QR코드가 부착되어 있어 투명한 소비가 가능하다.
- 영업시간: 화~일 12:00-20:00 (월요일 휴무)
- 특이사항: 헌 옷 가져오면 5,000원 할인 쿠폰 제공
5. 메종 드 신사 (Maison de Sinsa)
신사동 가로수길 38, 3층 루프탑에 자리한 이 편집숍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1970년대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노출 콘크리트 벽과 빈티지 가구, 그리고 작은 루프탑 가든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들이 주로 입점해 있어, K패션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대표 입점 브랜드인 '리을'의 모던 한복 원피스(25만~45만원)는 해외 패션지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전통 문양을 현대적 패턴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이며, 결혼식이나 행사용 한복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 영업시간: 수~일 13:00-19:00 (월, 화 휴무)
- 예약: 네이버 예약 필수 (주말 방문 시)
- 주의: 3층까지 엘리베이터 없음, 계단 이용
6. 스튜디오 콘크리트 쇼룸 (Studio Concrete Showroom)
가로수길에서 압구정 방향으로 5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신사동 661-11, 1층.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이 공간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매달 새로운 테마의 팝업 전시가 열리며, 한정판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Digital Native' 컬렉션은 디지털 아티스트와 의류 디자이너가 협업한 결과물로, NFT 인증서가 함께 제공되는 한정판 티셔츠(15만원)가 눈길을 끈다. 매장 한쪽에서는 아티스트의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어,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영업시간: 목~일 14:00-20:00 (월~수 휴무)
- 입장료: 무료 (일부 전시 제외)
- SNS: @studioconcrete_official
7. 더 아카이브 (The Archive)
가로수길 초입 신사동 가로수길 12, 2층에 위치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패션의 아카이브를 지향한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데드스톡(미판매 재고)을 전문으로 취급하며, 한국 패션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당시 활동했던 한혜자, 이영희, 앙드레김 등 원로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공간이다.
가격대는 아이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990년대 한혜자 컬렉션의 재킷은 80만~150만원대, 일반 데드스톡 의류는 5만~20만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한국 패션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영업시간: 금~일 14:00-19:00 (평일 예약제)
- 전화: 010-XXXX-XXXX
- 특이사항: 평일 방문은 최소 하루 전 예약 필수
가로수길 편집숍 쇼핑, 현지인만 아는 꿀팁 5가지
Tip 1. 시간대를 공략하라
가로수길 편집숍들은 대부분 낮 12시~오후 1시에 문을 연다. 오픈 직후 30분이 가장 한가한 시간대다. 점원의 섬세한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이 시간을 노려라. 반대로 주말 오후 3~6시는 피크타임으로, 피팅룸 대기 시간이 2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Tip 2.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라
가로수길 편집숍들은 대부분 새 시즌 입고나 세일 정보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먼저 공개한다. 관심 있는 매장의 SNS를 팔로우해두면 비공개 세일이나 VIP 프리뷰 초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시즌 오프 기간(1월, 7월)에는 최대 70% 할인 행사가 진행된다.
Tip 3. 이면도로를 탐험하라
가로수길의 진짜 보석은 메인 거리가 아닌 이면도로에 숨어 있다. 가로수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임대료 부담이 적은 작은 편집숍들이 모여 있다. 골목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개성 있고 실험적인 공간을 만날 확률이 높다.
Tip 4. 스타일링 상담을 적극 활용하라
대부분의 편집숍은 무료 또는 소정의 비용으로 개인 스타일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별한 행사 의상이나 새 시즌 스타일 변화를 고민한다면 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구매로 이어지면 상담 비용을 차감해주는 곳도 많다.
Tip 5. 가로수길 편집숍 투어 동선
효율적인 쇼핑을 위해 추천하는 동선은 다음과 같다. 신사역 8번 출구 → 더 아카이브 → 아뜰리에 서울 → 메종 드 신사 → (점심) → 셀렉트 M → 빈티지 하우스 1987 → 리퍼블릭 오브 스타일. 천천히 둘러보면 약 4시간 소요된다.
가로수길 찾아가는 법과 실전 정보
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출구를 나와 직진하면 가로수길 입구가 보인다. 압구정역(3호선)에서도 도보 15분 거리다. 버스: 간선버스 145, 148, 240번이 신사역 정류장에 정차한다. 신사중학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가로수길 중심부에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주차: 가로수길 내 주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인근에 공영주차장(신사동 공영주차장, 10분당 600원)이 있으나 주말에는 만차인 경우가 많다.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주차장을 이용하고 걸어오는 것이 현명하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권한다.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 가로수길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세로수길도 최근 뜨는 명소다. 가로수길보다 더 작고 조용한 골목에 개성 있는 카페와 소품샵이 모여 있다. 편집숍 쇼핑 후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기에 제격이다. 도산공원도 도보권 내에 있어 산책을 겸한 하루 코스로 짜기 좋다.
마치며: 가로수길이 말하는 K패션의 현재
가로수길의 편집숍들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한국 패션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창이다. 대형 브랜드의 획일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곳의 작은 편집숍들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빈티지의 재발견, 지속가능한 패션, 전통과 현대의 융합 등 다양한 실험이 이 거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물론 모든 곳이 오래 살아남지는 못한다. 임대료 상승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문을 닫는 곳도 있다. 그러나 그 빈자리는 또 다른 도전자들이 채우고, 가로수길의 생태계는 계속 순환한다. 그것이 이 거리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유다.
다음 주말,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가로수길의 골목 깊숙이 들어가 보라.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는, 당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