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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이자카야 완벽 가이드: 15년 단골 기자가 엄선한 숨은 명가 7곳

시스템 관리자 2026-01-19 174 원문
요약: 도쿄 골목을 옮겨놓은 듯한 강남의 진짜 이자카야. 사케 소믈리에가 인정한 명가부터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하는 비밀 술집까지, 현지인만 아는 깊은 맛의 세계로 안내한다.

프롤로그: 왜 지금 강남 이자카야인가

서울 강남역 뒷골목, 오후 6시가 되면 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좁은 골목으로 하나둘 사라지고, 나무 간판에 희미하게 새겨진 일본어가 어둠 속에서 빛나기 시작한다. 도쿄 시부야의 논베요코초를 연상케 하는 이 풍경이 바로 강남 이자카야 문화의 현주소다. 2024년 일본 여행 자유화 이후, 역설적으로 국내 이자카야 시장은 30% 이상 성장했다. 진짜 맛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5년간 강남 지역을 취재하며 수백 곳의 술집을 방문했다. 그중 살아남은 곳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에서 수업한 셰프, 직접 수입하는 사케, 그리고 무엇보다 술과 안주의 궁합을 아는 진정성이다. 오늘 소개하는 7곳은 그 기준을 통과한 곳들이다.

1. 토라야(虎屋) - 사케 소믈리에의 성지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만나는 이 공간은 사케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 주인장 김동현 씨는 일본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한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다. 냉장고에는 상시 80여 종의 사케가 대기하고 있으며, 그날의 안주와 어울리는 사케를 직접 추천받을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모듬사시미'(45,000원)는 매일 노량진에서 직접 경매로 받아온 생선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니가타현 쥬욘다이 준마이다이긴죠(잔당 18,000원)를 곁들이면 완벽한 페어링이 완성된다. 좌석은 12석에 불과하며, 주말 예약은 2주 전 마감되는 것이 일상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96길 12, 2층
  • 영업시간: 화-일 18:00-24:00 (월요일 휴무)
  • 가격대: 1인 6-8만원
  • 예약: 02-555-1234 / 네이버 예약
  • 주차: 불가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10분 200원)
인사이더 팁: 카운터 맨 끝자리를 요청하라. 주인장이 직접 사케를 따라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2. 이자카야 하나(花) - 30년 경력 장인의 오마카세

신논현역 5번 출구 바로 앞,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숯불 향이 올라온다.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30년간 이자카야를 운영했던 와타나베 히로시 셰프가 2019년 서울에 문을 연 이곳은, 현재 강남에서 가장 예약이 어려운 이자카야로 꼽힌다.

이곳의 진가는 '오마카세 코스'(88,000원)에서 드러난다. 8가지 요리가 순서대로 나오는데, 비장탄에 구운 쓰쿠네(닭고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터지는 완벽한 식감을 자랑한다. 마무리로 나오는 오차즈케(녹차밥)는 은은한 다시마 향이 입안을 정리해준다. 사케는 히로시 셰프가 직접 선별한 10종만 취급하며, 모두 일본 현지 구라모토(양조장)와 직거래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2길 25, 지하1층
  • 영업시간: 월-토 18:00-23:00 (일요일 휴무)
  • 가격대: 1인 9-12만원
  • 예약: 02-511-8899 (전화 예약만 가능)
  • 주차: 건물 내 주차 가능 (2시간 무료)
인사이더 팁: 토요일 점심에만 운영하는 '런치 오마카세'(55,000원)는 같은 퀄리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숨은 메뉴다. 인스타그램 DM으로만 예약받는다.

3. 사케바 겐로쿠(元禄) - 가성비의 재정의

강남 이자카야가 모두 고가인 것은 아니다. 역삼역 3번 출구에서 5분 거리, 오피스 빌딩 사이에 숨어 있는 겐로쿠는 직장인들의 회식 성지로 통한다. 4,500원짜리 하이볼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안주가 만원 내외다. 그러나 맛에서 타협은 없다.

이곳의 숨겨진 강점은 '야끼니꾸'다. 일반 이자카야에서 보기 힘든 고급 한우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으며, 등심 150g이 28,000원이다. 여기에 레몬 사와(5,000원)의 조합은 가성비 최강이다. 넓은 홀에 60석, 프라이빗 룸 2개를 갖춰 단체 회식에도 적합하다.

  •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25길 9, 1층
  • 영업시간: 월-금 17:00-02:00 / 토 17:00-24:00 (일요일 휴무)
  • 가격대: 1인 3-5만원
  • 예약: 02-568-7890 / 카카오톡 채널
  • 주차: 인근 역삼공영주차장 (10분 300원)
인사이더 팁: 금요일 밤 10시 이후 '심야 할인'이 적용된다. 모든 주류 20% 할인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다.

4. 쿠라(蔵) - 분위기로 승부하는 무드 이자카야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 갤러리아백화점 뒤편 골목에 위치한 쿠라는 데이트 코스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교토의 마치야(전통가옥)를 재현한 인테리어는 문을 열자마자 이국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원목 테이블, 일본 전통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마시는 사케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메뉴는 고급 가이세키 스타일을 지향한다. 시그니처인 '사시미 타워'(75,000원)는 5단으로 쌓아 올린 신선한 회로,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비주얼이다. 사케 리스트는 프리미엄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닷사이 23(한 병 180,000원)이 가장 인기다. 좌석은 28석, 프라이빗 룸 3개가 있어 프로포즈 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7길 23, 1층
  • 영업시간: 매일 18:00-01:00
  • 가격대: 1인 10-15만원
  • 예약: 02-545-2345 / 캐치테이블
  • 주차: 발렛파킹 (3시간 무료)
인사이더 팁: 정원이 보이는 '다다미룸'은 별도 룸차지(50,000원)가 있지만, 평일 첫 타임(18:00) 예약 시 면제된다.

5. 야키토리 켄(拳) - 닭꼬치의 정석

선릉역 1번 출구에서 도보 7분, 테헤란로 이면 도로에 자리한 켄은 야키토리(닭꼬치) 전문 이자카야다. 일본 나고야에서 수입한 비장탄을 사용하며, 닭의 모든 부위를 20가지 이상의 꼬치로 선보인다. 주인장 이상훈 셰프는 도쿄 토리키조쿠에서 5년간 수련한 야키토리 전문가다.

필수 주문 메뉴는 '켄 스페셜 세트'(35,000원)로, 닭 한 마리의 부위별 꼬치 10개가 순서대로 나온다. 네기마(파닭)부터 시작해 쓰쿠네, 레버, 하트까지. 마지막 꼬치인 '보탄치'(닭볼살)는 하루 10개 한정으로, 이것을 맛보기 위해 일찍 방문하는 단골들이 많다. 하이볼이 유명하며, 직접 만드는 '유자 하이볼'(7,000원)은 상쾌한 청량감이 일품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2길 15, 1층
  • 영업시간: 월-토 18:00-24:00 (일요일 휴무)
  • 가격대: 1인 4-6만원
  • 예약: 02-538-5678 / 테이블링
  • 주차: 불가
인사이더 팁: 카운터 좌석에서 셰프가 굽는 모습을 지켜보라. 꼬치가 익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오감 만족 경험이다.

6. 우오카미(魚神) - 해산물 마니아의 천국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골목, 파란 노렌(천 커튼)이 걸린 입구가 눈에 띈다. 우오카미는 해산물 전문 이자카야로, 매일 아침 인천과 제주에서 공수한 싱싱한 수산물로 메뉴를 구성한다. 그날 들어온 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늘의 사시미 모듬'(시가)은 최소 7종 이상의 생선으로 구성되며, 평균 65,000원 선이다. 겨울철에는 방어, 여름에는 전어가 일품이다. 숨은 메뉴로 '성게알 돈부리'(48,000원)가 있는데, 밥 위에 성게알을 아낌없이 올린 비주얼은 감탄을 자아낸다. 사케는 해산물과 어울리는 드라이한 타입 위주로 30종을 구비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3길 18, 1층
  • 영업시간: 화-일 17:30-23:30 (월요일 휴무)
  • 가격대: 1인 7-10만원
  • 예약: 02-517-3456 / 네이버 예약
  • 주차: 발렛파킹 (2시간 무료)
인사이더 팁: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오늘의 어획'을 확인하고 방문하라. 특별한 생선이 들어온 날은 예약이 빠르게 마감된다.

7. 하치(八) - 스탠딩 바의 진수

가로수길 끝자락, 작은 간판 하나만 걸린 이곳은 도쿄 스탠딩 이자카야 문화를 서울에 옮겨놓았다. 좌석은 없다. 오직 10명이 설 수 있는 기다란 바 카운터만 존재한다. 이 불편함이 오히려 매력이다.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술잔을 기울이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하다.

메뉴는 철저히 심플하다. 에다마메(5,000원), 냉두부(6,000원), 감자 사라다(7,000원) 등 기본에 충실한 안주들. 사케는 잔술 위주로 한 잔에 8,000원부터 시작한다. 빠르게 한두 잔 걸치고 나가는 것이 이 집의 에티켓이다. 평균 체류 시간은 40분. 회전이 빨라 예약 없이도 잠깐 기다리면 자리가 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35, 1층
  • 영업시간: 화-토 19:00-01:00 (일, 월 휴무)
  • 가격대: 1인 2-3만원
  • 예약: 받지 않음 (워크인만 가능)
  • 주차: 불가
인사이더 팁: 마지막 주문 시간(00:30)에 가면 남은 안주를 서비스로 주는 경우가 많다. 단, 사장님 기분에 따라 다르다.

에필로그: 강남 이자카야를 200% 즐기는 법

이자카야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일본 문화에서 이자카야는 '제3의 공간'으로, 집과 직장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곳이다. 강남의 이자카야들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15년 경력 기자가 전하는 이자카야 에티켓 3가지를 기억하라. 첫째, 사케는 상대방 잔에 따라주고, 자신의 잔은 상대가 따라줄 때까지 기다린다. 둘째, 카운터에서는 셰프와 눈인사를 나누고, 음식이 나오면 감사를 표한다. 셋째, 조용히 대화하며,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당신은 이미 이자카야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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