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왜 회식의 성지가 되었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은 단순한 업무 지구가 아니다. 코엑스를 중심으로 반경 1km 안에 대기업 본사 23곳, 중견기업 150여 곳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매일 저녁 6시가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넥타이를 느슨히 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골목, 그 속에서 15년간 이 지역을 취재하며 발견한 진짜 회식 명소들이 있다.
2024년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강남 3구 직장인의 73%가 회식 장소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프라이빗 룸 유무'를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회식 문화, 그리고 MZ세대의 등장으로 '시끄러운 홀'보다는 '우리끼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7곳은 모두 직접 방문하고, 실제 회식을 진행하며 검증한 곳들이다. 예약 난이도, 가격 대비 만족도,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있는 곳만 엄선했다.
프라이빗 룸의 정석: 한정식 코스 3선
1. 가온 삼성점
미쉐린 3스타 출신 셰프가 이끄는 이곳은 삼성동 한정식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봉은사역 3번 출구에서 도보 7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뒤편 골목에 위치한 이 식당은 외관만 보면 고급 주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한옥의 정취와 현대적 미니멀리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진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 134길 28, 2층
- 룸 구성: 6인실 2개, 10인실 1개, 20인 대형룸 1개
- 코스 가격: 점심 8만원, 저녁 12만원/15만원/20만원 (1인 기준)
- 영업시간: 월-토 11:30-14:30, 17:30-22:00 (일요일 휴무)
- 예약: 02-567-XXXX (최소 3일 전 예약 필수)
- 주차: 발렛파킹 무료 (20인 이상 단체 시)
15만원 코스의 '제철 구절판'은 이곳의 시그니처다. 아홉 가지 재료가 각각 다른 조리법으로 준비되어 나오는데, 특히 능이버섯 적과 우엉 조림의 조화는 입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중요한 클라이언트 접대나 임원진 회식에 적합하다.
인사이더 팁: 예약 시 '코너 룸'을 요청하라. 전망과 프라이버시 모두 최상이다. 20인 이상 단체는 2주 전 예약이 기본이며, 월말에는 대기업 법인카드 회식이 몰려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2. 수담
삼성동 토박이들 사이에서 '가성비 한정식'의 대명사로 통하는 곳이다. 화려함보다는 정갈함을, 과시보다는 맛을 추구하는 식당. 코엑스 동문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96길 20, 1층
- 룸 구성: 4인실 3개, 8인실 2개, 12인실 1개
- 코스 가격: 6만원/8만원/10만원 (1인 기준)
- 영업시간: 화-일 12:00-15:00, 18:00-22:00 (월요일 휴무)
- 예약: 네이버 예약 또는 02-511-XXXX
-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2시간 무료 도장 제공)
8만원 코스의 '해물탕 마무리'는 다른 한정식집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코스 내내 절제된 간으로 미각을 정돈한 뒤, 마지막에 칼칼한 해물탕으로 마침표를 찍는 흐름이 일품이다. 팀 단위 회식이나 부서 모임에 추천한다.
3. 목란
퓨전 한정식의 선두주자. 전통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이곳은 특히 외국인 클라이언트를 동반한 회식에서 빛을 발한다. 영어 메뉴판은 물론, 각 요리에 대한 스토리텔링 서비스가 제공된다.
-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87길 46, 지하 1층
- 룸 구성: 프라이빗 다이닝룸 6인실 4개, 12인 VIP룸 1개
- 코스 가격: 9만원/13만원/18만원 (1인 기준)
- 영업시간: 매일 11:30-14:00, 18:00-21:30
- 예약: 공식 홈페이지 또는 02-508-XXXX
- 주차: 건물 내 지하주차장 3시간 무료
인사이더 팁: 13만원 코스의 '한우 불고기 쌈'은 메뉴판에 없는 히든 메뉴다. 예약 시 별도 요청하면 준비해준다. 단, 최소 4인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분위기와 맛, 두 마리 토끼: 양식 & 이자카야 2선
4. 라미띠에 삼성
프렌치 비스트로를 표방하는 이곳은 '격식 있는 캐주얼'이라는 모순적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 미팅과 청바지 차림의 팀 회식이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드문 식당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 512, 2층
- 룸 구성: 8인 세미프라이빗 2개, 16인 단체석 1개
- 단체 코스: 7만원/9만원 (1인 기준, 와인 별도)
- 영업시간: 월-토 12:00-15:00, 18:00-23:00 (일요일 휴무)
- 예약: 캐치테이블 또는 02-545-XXXX
- 주차: 발렛파킹 1만원
7만원 코스의 구성은 놀랍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5코스가 제공되는데, 특히 '트러플 리조또'와 '안심 스테이크'의 퀄리티는 10만원대 파인다이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와인 리스트 역시 알찬 편으로, 병당 5만원대의 가성비 와인부터 20만원대 프리미엄 와인까지 폭넓게 구비되어 있다.
5. 이자카야 겐로쿠
MZ세대 직원들이 포함된 회식이라면 이곳을 고려해볼 만하다. 일본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인테리어, 그리고 120종에 달하는 사케 리스트는 '회식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 주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28, 지하 1층
- 룸 구성: 6인 다다미방 4개, 12인 단체석 2개
- 단체 코스: 5만원/7만원/9만원 (1인 기준, 음료 별도)
- 영업시간: 월-토 18:00-02:00 (일요일 휴무)
- 예약: 02-512-XXXX (당일 예약 불가)
- 주차: 인근 유료주차장 이용
7만원 코스의 '오마카세 스타일 사시미'는 그날 공수된 최상급 해산물로 구성된다. 회식 특성상 2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새벽 2시까지 영업해 자연스러운 2차 진행이 가능하다. 삼성역 6번 출구에서 도보 3분이라 택시 잡기도 수월하다.
인사이더 팁: 목요일과 금요일 저녁은 예약 전쟁이다. 화요일이나 수요일을 노리면 여유 있게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이긴조 사케 비교 세트'(3종 3만원)는 숨은 인기 메뉴다.
대규모 단체를 위한 선택: 연회장급 공간 2선
6. 한우명가 삼성점
20인 이상의 대규모 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모두가 같은 음식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가'다. 뷔페나 셀프바가 아닌, 착석 코스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삼성동에서도 손에 꼽힌다. 한우명가 삼성점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 150, 3층
- 룸 구성: 20인실 2개, 40인 연회장 1개 (최대 100인 수용 가능)
- 단체 코스: 1+등급 한우세트 8만원, 프리미엄 세트 12만원 (1인 기준)
- 영업시간: 매일 11:30-22:00 (연중무휴)
- 예약: 02-567-XXXX (단체 전담 매니저 상담 가능)
- 주차: 건물 내 주차장 50대 무료
40인 연회장은 빔프로젝터와 마이크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시상식이나 발표가 포함된 회식에 적합하다. 8만원 세트의 '차돌박이+꽃등심+안창살' 조합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만족을 선사한다. 특히 반찬 리필이 무한으로 제공되어 푸짐함을 원하는 단체 회식에 안성맞춤이다.
7. 팔레드 시누아
중식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곳. 딤섬부터 베이징덕까지, 정통 광둥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이 기다린다. 30인 이상 단체를 위한 '황제 코스'는 삼성동 회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화려하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5층
- 룸 구성: 10인 원탁룸 3개, 30인 연회장 1개
- 단체 코스: 6만원/9만원/15만원 (1인 기준)
- 영업시간: 월-일 11:00-15:00, 17:30-22:00
- 예약: 02-531-XXXX 또는 카카오톡 채널
- 주차: 발렛파킹 무료
15만원 '황제 코스'는 전복죽으로 시작해 XO소스 새우, 유린기, 하프 베이징덕, 랍스터 누들, 그리고 망고 푸딩으로 마무리된다. 약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코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연이다. 중요한 송년회나 창립기념 행사에 강력 추천한다.
인사이더 팁: '베이징덕 하프'는 사전에 요청하면 남은 부위로 '덕볶음밥'을 추가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15인 이상 단체 예약 시 '축하 케이크 서비스'가 가능하니 미리 문의하라.
회식 장소 예약, 이것만 기억하라
15년간 삼성동을 취재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좋은 회식 장소는 '맛'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접근성, 프라이버시, 예산, 그리고 참석자들의 성향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래는 수백 번의 회식 취재를 통해 정리한 실전 가이드다.
- 예약 타이밍: 금요일 회식은 최소 1주일 전, 월~목은 3일 전이 적정선이다.
- 인원 변동: 예약 인원의 10% 증감은 전날까지, 그 이상은 최소 3일 전에 연락해야 한다.
- 예산 협의: 코스 가격 외에 음료, 룸 차지, 서비스료를 반드시 사전 확인하라. 법인카드 사용 시 부가세 포함 가격으로 협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 교통편: 삼성역(2호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과 봉은사역(9호선)을 기준으로 도보 10분 이내가 최적이다. 음주 후 귀가를 고려해 택시 승차장이 가까운 곳을 선택하면 좋다.
- 2차 연계: 회식 장소 반경 300m 이내에 분위기 좋은 바나 카페가 있는지 미리 파악해두면 자연스러운 2차 진행이 가능하다.
삼성동의 밤은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축하하는 건배, 힘든 분기를 함께 버텨온 동료들과의 위로,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다짐들이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피어오른다. 오늘 소개한 7곳이 당신의 다음 회식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회식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자리'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업무 외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한 겹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다. 그 소중한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보내느냐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