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식물성 미식의 새로운 성지가 되다
2026년 1월의 어느 점심, 강남역 인근 한 레스토랑 앞에 줄이 늘어섰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비건'이 아니었다. 직장인, 데이트 중인 커플, 외국인 관광객까지. 이곳은 비건 레스토랑 '플랜트랩'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강남에서 제대로 된 비건 식사를 하려면 선택지가 손에 꼽혔다. 그러나 지금, 강남은 서울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비건 다이닝 씬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50만 명을 돌파했고, '플렉시테리언'(유연한 채식주의자)까지 포함하면 1,500만 명에 달한다. 강남구는 이 트렌드의 진원지다. 고소득 직장인과 건강에 민감한 MZ세대가 밀집한 이 지역에서 비건은 더 이상 특별한 식단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지가 됐다.
15년간 강남의 식문화를 취재해온 기자로서 단언컨대, 지금 강남의 비건 레스토랑들은 '채식'이라는 한계를 넘어섰다. 미쉐린 스타 셰프 출신들이 뛰어들고, 파인다이닝 수준의 플레이팅이 당연해졌으며, 무엇보다 맛에서 타협하지 않는다. 이 기사는 수십 곳을 직접 방문하고 검증한 끝에 선별한 7곳의 모든 것을 담았다.
프리미엄 비건 파인다이닝: 특별한 날을 위한 선택
1. 플랜트랩 강남 (Plant Lab Gangnam)
청담동에서 시작해 강남 본점을 낸 플랜트랩은 비건 파인다이닝의 정점을 보여준다. 미쉐린 2스타 출신 김도윤 셰프가 이끄는 이곳의 철학은 명확하다. '식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 시그니처 코스인 '가든 저니'(Garden Journey)는 12가지 채소를 활용한 7코스로, 각 요리마다 제철 식재료의 본연의 맛을 극대화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52, 강남파이낸스센터 2층
가격대: 런치 코스 75,000원 / 디너 코스 150,000원 / 와인 페어링 추가 80,000원
영업시간: 화~일 12:00-15:00(런치), 18:00-22:00(디너) / 월요일 휴무
예약: 캐치테이블 또는 02-555-8890 (최소 3일 전 예약 필수)
교통: 강남역 11번 출구 도보 5분
주차: 건물 내 지하주차장 이용 (2시간 무료 발렛 제공)
인사이더 팁: 창가 좌석 A1~A3은 도심 전망이 압권이다. 예약 시 '창가 요청'을 메모로 남기면 가능한 배정해준다. 또한 화요일 런치는 비교적 예약이 수월하니 첫 방문이라면 이때를 노려라.
2. 수(秀) 비건 키친
한식 기반의 비건을 원한다면 압구정 로데오 뒷골목에 숨은 '수'를 찾아야 한다. 한정식 요리사 출신 박수진 셰프가 운영하는 이곳은 사찰음식의 정갈함과 현대적 미식을 결합했다. 연근으로 만든 불고기, 버섯 육회, 두부 스테이크까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에 '빕 구르망'으로 선정됐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2길 28, 1층
가격대: 단품 18,000~35,000원 / 코스 요리 85,000원
영업시간: 매일 11:30-21:30 (브레이크타임 15:00-17:30) / 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예약: 네이버 예약 또는 02-512-9920
교통: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 도보 7분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매장 제휴 없음, 시간당 3,000원)
일상 속 건강한 한 끼: 캐주얼 비건 다이닝
3. 그린테이블 (Green Table)
직장인들의 점심 성지로 불리는 그린테이블은 '빠르고 맛있는 건강식'이라는 미션을 완벽히 수행한다. 삼성동 오피스 밀집지역에 위치한 이곳의 시그니처는 '빌드 유어 볼'(Build Your Bowl) 시스템. 20가지 이상의 유기농 채소와 통곡물, 식물성 단백질 토핑을 조합해 나만의 샐러드 볼을 만든다. 점심시간 회전율이 높지만, 12시 전후로는 20분 대기는 각오해야 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87길 36, 삼성동 빌딩 1층
가격대: 레귤러 볼 14,900원 / 라지 볼 18,900원 / 스무디 7,500원~
영업시간: 월~금 08:00-20:00 / 토 10:00-18:00 / 일요일 휴무
예약: 예약 불가 (현장 대기)
교통: 삼성역 6번 출구 도보 3분
주차: 불가 (대중교통 이용 권장)
인사이더 팁: 오전 11시 이전 방문하면 대기 없이 입장 가능하다. 매주 수요일은 '미트리스 웬즈데이' 이벤트로 모든 볼 10% 할인. 앱으로 사전 주문하면 픽업 전용 줄에서 5분 내 수령할 수 있다.
4. 오가닉 플로우 (Organic Flow)
논현동 가로수길 초입에 자리한 오가닉 플로우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다. 모든 식재료는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포장재부터 식기까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표 메뉴인 '계절의 플레이트'는 그날 입고된 농산물로 구성되며, 매일 메뉴가 바뀐다. 음식 외에도 비건 디저트와 오가닉 와인 셀렉션이 탄탄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학동로 234, 1~2층
가격대: 메인 22,000~38,000원 / 디저트 12,000원~ / 오가닉 와인 글라스 15,000원~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브레이크타임 없음)
예약: 인스타그램 DM 또는 02-518-0021
교통: 신논현역 3번 출구 도보 8분 또는 학동역 10번 출구 도보 10분
주차: 매장 앞 2대 가능 (무료, 선착순)
비건 베이커리 & 카페: 디저트도 포기하지 않는다
5. 로 카카오 (Raw Cacao)
청담동 명품 거리 한편에 위치한 로 카카오는 비건 디저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버터, 달걀, 우유 없이 어떻게 이런 풍미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캐슈너트 크림과 코코넛 오일을 활용한 '로 치즈케이크'는 오픈 2시간 만에 매진되는 시그니처. 파티시에 이연희 대표는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 출신으로, 기존 레시피를 비건으로 전환하는 데 3년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80길 11, 1층
가격대: 케이크 슬라이스 9,500~14,000원 / 홀케이크 65,000원~ / 음료 6,500~9,000원
영업시간: 화~일 11:00-20:00 / 월요일 휴무
예약: 홀케이크는 3일 전 전화 예약 필수 (02-547-8821)
교통: 압구정로데오역 3번 출구 도보 5분
주차: 인근 갤러리아백화점 주차장 이용 (30분 무료)
인사이더 팁: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한정 수량의 '위클리 스페셜' 디저트가 출시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만 공지되니 팔로우는 필수. 테이크아웃 시 자신의 용기를 가져오면 10% 할인 혜택이 있다.
6. 밀크리스 (Milkless)
역삼역 인근의 밀크리스는 오트밀크, 아몬드밀크 등 식물성 우유 전문 카페로 시작해 지금은 브런치 메뉴까지 확장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와 자체 제조 식물성 밀크의 조합이 일품이다. 특히 '오트 라떼'는 강남 카페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2층 테라스 좌석은 인스타그램에서 '강남 감성 카페' 검색 시 상위에 노출되는 핫플레이스다.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25길 9
가격대: 음료 5,500~8,000원 / 브런치 세트 19,000~25,000원
영업시간: 매일 08:00-22:00
예약: 예약 불가
교통: 역삼역 3번 출구 도보 4분
주차: 불가
글로벌 비건 퀴진: 세계 각국의 맛을 식물성으로
7. 베지 아시아 (Veggie Asia)
선릉역 인근의 베지 아시아는 아시안 스트리트 푸드를 비건으로 재해석한 유니크한 공간이다. 태국, 베트남, 인도, 한국의 대표 요리를 100% 식물성 재료로 구현했다. 팟타이, 쌀국수, 커리까지. 특히 잭프루트로 만든 '비건 렌당'은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완벽히 재현해 육식주의자들도 감탄한다. 가성비 또한 뛰어나 점심 정식이 12,000원대부터 시작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64길 15, 지하 1층
가격대: 단품 12,000~22,000원 / 런치 세트 15,000원
영업시간: 월~토 11:30-21: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 일요일 휴무
예약: 02-563-2345 또는 워킹 가능
교통: 선릉역 1번 출구 도보 6분
주차: 건물 내 주차 가능 (시간당 2,000원, 식사 시 1시간 무료)
비건 초보자를 위한 강남 입문 가이드
처음 비건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첫째, 비건 식당이라고 해서 모든 메뉴가 싱겁거나 맛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라. 위에서 소개한 곳들은 모두 '맛'을 최우선으로 두고 메뉴를 개발했다. 둘째, 알레르기가 있다면 사전에 말하라. 비건 요리에는 견과류나 글루텐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첫 방문이라면 시그니처 메뉴를 선택하라. 각 레스토랑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비건 요리의 가능성을 경험하기에 최적이다.
비건 다이닝은 더 이상 '제한'이 아니다. 강남의 이 레스토랑들은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아니 때로는 더욱 창의적이고 맛있는 식사가 가능함을 증명한다. 한 끼의 선택이 건강과 환경, 그리고 미식의 즐거움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시대. 강남은 그 최전선에 서 있다.
- 예약 난이도 최상: 플랜트랩 강남 (최소 2주 전 예약 권장)
- 가성비 최고: 베지 아시아 (런치 세트 15,000원)
- 데이트 추천: 수(秀) 비건 키친 (분위기와 맛 모두 만족)
- 혼밥 최적: 그린테이블 (빠른 회전, 1인 좌석 다수)
- 디저트 필수: 로 카카오 (비건이 아니어도 감동)
에디터 노트: 이 기사에 소개된 모든 레스토랑은 2026년 1월 기준 정보입니다. 방문 전 영업시간과 예약 가능 여부를 재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가격은 변동될 수 있으며, 일부 매장은 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집니다.